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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

** 말할수 없어 찍은 사진, 보여 줄수 없어 쓴 글 / 최필조 지음 / 알파미디어

by 오늘보다 더 좋은 내일 2019. 12. 25.

자네 왔는가.

카메라를 맨 필자가 인사를 건네면,

원래 알고 지낸 사람인지 아닌지 당최 알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분들이 제법이다.

보통은 ‘누군데 인사를 할까’ 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간단히 목레하고 지나간다.

하지만 나이 지긋한 시골 어르신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네가 저 사람을 알고 있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P002 하나 그리고 둘

하나면 족할 우산이 좋아서요

이제 비가 그쳤습니다, 라고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015. 낮잠

저기요 기사님

그만 일어나세요

손님이 없어도

출발은 하셔야죠

다음 정거장은

다를 겁니다.

내일이라는 정거장은

아마 다를겁니다.

P016. 가라앉은 노을

누군가의 마지막 뒷모습은

그 아련한 실루엣을

경험해본 사람만이 아는

허전함

P030. 그런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다 버리고 가야지 하고

장롱속을 뒤졋더니

그 인간 사진이 나오더라고

바박 찢어도 선찮을 그 인간이

P038. ‘가게에 들어 오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지,

구두가 자꾸 망가지는 사람은 걸음걸이가 잘못된거야.

구두 탓을 해봐야 소용없어.’

P057.시집와서

처음해본 작두질

여물이 아니라

손가락을 자르고

시어머니 눈초리에

아픈척은 무슨

그손으로 밥을 하고

얼음깨서 빨래도 하고

마음여린 옥천댁은

아직도 무섭습니다.

행여나 그런 세상이

또 올까봐.

P088. 유모차는

땅이 지겨웠다.

말년에 주인이 없어지자

지붕에 올라가 놀았다.

냉장고는

부억이 지겨웠다.

말년에 주인이 떠나자

길바닥에 나와 놀았다.

연탄재는

차가운 보일러실이 지겨웠다.

말년에 주인이 사라지자

안방에 들어가 놀았다.

가로등은

버티고 서 있기가 지겨웠다.

말년에 걷는 이가 뜸해지자

다소곳이 누워 쉬었다.

안방과 거실에 비가 내렸다

비 맞는 마당을 그렇게 부러워하더니

소원을 풀었다.

P102. 곡물가게 사장님은 문을 닫으며 이란 말씀을 하셨다.

‘나는 싹 털어간 잣나무에 펄쩍거리는 청설모 같아,

하루 종일 문을 열고 바쁜 척 뛰어 다녀도 먹을 게 없어,’

그러게 누가 그렇게 싹 털어 갔을까.

‘어렸을 때 키우던 토끼는 배부르면 더 줘도 먹지 않던데.’

우리는 왜 그렇게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플까.’

P109. 기차역

어느 역은 기뻤고

어느 역은 슬펐고

그냥 지나첬더라면 좋았을

그런 역도 있었겠지요

당신이 다 지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기차

눈을 질끈 감고

]또 다음 역을 기다립니다.

P121. 막걸리에게

하루가 멀다 하고 너를 찾는다고

밥은 없어도 너는 챙긴다고

너무 우쭐대지는 마라

오늘은 빈대떡이 느끼해서

어쩔수 없이 마시는 거다.

*처음에는 사진첩으로 알고 선택을 하였다

그런데 읽어 보는 시집이더라

시집과 사진첩이더라.